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자본력이 어떤 예술 분야보다도 많이 투여되기도 하고,
분야별로 참여하는 스텝의 수도 많아 융합적인 사고가 가능하여 영화감독이라는 직책 하나로 의사결정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감독 하면 미국의 감독 중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감독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작들을 제작하고 디렉팅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잡지사에서 이 감독에게 영화를 제작하면 언제 가장 두려운 순간이냐? 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는 "촬영을 시작하기 위해 봉고차에서 내리는 순간"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답변이었습니다.
몇십년 동안 세계영화의 영향력을 미쳐오는 사람조차도 봉고차에서 내리는 순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의논하여 결정을 도출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 한국 영화학도들은 그냥 내가 감독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그런 마음을 먹고 있다면
감독이란 직업과 맞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예술을 사랑합니다. 사람들은 많이 헷갈립니다. 문화와 예술은 같은 게 아니냐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문화와 예술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문화는 여러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대성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상징성' 이나 '구조성' 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2000년대 초반 영화의 흥행작은 대부분 조폭영화였습니다. 지금은 타임슬립 영화가 많습니다. 이런 걸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라고 봐야 합니다. 그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걸 채워주는 이미지들 말입니다. 2000년대 초반은 폭력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면 지금은 게임처럼 현생이 실패하면 다시 리셋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대단하기에 타임슬립 영화가 많이 나옵니다.
우리 눈에는 결과물들만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공한 타임 슬립류의 영화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이면에는 실패한 같은 부류의 영화가
훨씬 많습니다. 사장되는 각본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이런 거대한 시장이 영화라는 매체를 위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일겁니다.
시대성을 무시하고 엄청난 스토리텔링을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영화를 만나면 전율이 흐릅니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우리는 걸작이라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비평가들의 찬사와 사랑을 받은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2013년 는
현대인의 삶에 만연한 고독과 혼란, 의미 찾기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 조건에 대한 매혹적이고 화려하며 깊이 사색적인 탐험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현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그레이트 뷰티는 평생을 로마 사교계의 왕으로 살아왔지만 65세 생일이 다가오면서 환멸과 공허함을 느끼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젭 감바르델라(토니 세르빌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젭은 자신이 살아온 삶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결국 존재의 본질에 대한 강력한 명상과 더 큰 무언가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더 그레이트 뷰티'는 피상적이고 스펙터클한 것에 점점 더 집중하는 세상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고, 보다 본질적인 것을 찾기 위한 투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소렌티노는 영화 전반에 걸쳐 현대 생활의 모순과 역설을 암시하는 아름답게 구성된 일련의
이미지와 장면을 통해 이탈리아 로마의 과잉, 아름다움, 퇴폐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한 풍요로움에 수반되는 고립과 절망도 강조합니다.
더 그레이트 뷰티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향수와 과거가 현재의 삶에 어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영화 내내 젭이 젊은 시절의 기억과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사람들과 씨름하는 모습은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향수는 소렌티노 감독이 로마의 웅장함과 장엄함을 담아낸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로마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의 숨이 막히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완벽하게 포착됩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젭이 점점 더 기억에 갇혀 삶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서 향수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한 강렬한 장면에서 젭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시골에서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오랜 친구를 찾아갑니다.
함께 앉아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동안 젭은 친구가 삶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사실과 그들이 공유하는 추억이 친구에게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레이트 뷰티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정체성에 대한 개념과 우리가 주변 세계와 관련하여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영화 내내 젭은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신비로운 성녀 수녀부터 활기차고 쾌락주의적인 젊은이들까지 만나는 사람들은 각각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더 그레이트 뷰티'의 가장 인상적이고 강력한 요소는 아마도 영화의 놀라운 영상 스타일과 로마의 아름다움과 퇴폐를 모든 영광으로 담아내는 능력일 것입니다.
화려한 파티와 퇴폐적인 사교계 장면부터 도시를 가득 채운 멋진 건축물과 고대 유적에 이르기까지, 소렌티노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매우 불안한 로마의 비전을 제시하며 현대 생활의 모순과 복잡성을 모든 영광 속에 담아냅니다.
로마는 어디를 가든 문화재로 가득 찬 도시입니다.
물론 가서 실망하는 문화재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콜로세움 같은 문화재 말입니다.
소렌티노 감독은 다음에 한 섹션을 할애하여 꼭 소개하고 싶은 감독입니다.
내공이 엄청납니다. 그는 이 영화상에 주연을 맡은 토니 세르빌로와 같이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입니다.
나폴리는 지금은 한국의 축구선수 김민재가 활약하고 있는 축구팀이 있는 곳 또는 나폴리 피자 등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 도시는 항구도시입니다.
이 뜻은 격동의 도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나폴리를 방문해보면 사람들은 격정적이고 범죄율도 높은 편이고 다문화 가정도 많습니다.
예전의 부산을 보는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부산은 언제든지 문화의 중심지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요건들이 넘쳐 정말 기대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소렌티노는 나폴리의 감성을 로마식으로 풀어줄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줄곧 찾아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 토니 세르빌로를 만났고
그는 이미 80년대와 90년대를 걸쳐 연극과 영화에서 큰 활약들을 하고 있었던지라 자신의 영화 '사랑의 결과' 에서 같이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순간이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봉준호와 송강호가 만난 순간으로 비유가 가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소렌티노의 영화 '사랑의 결과' 와 '일 디보' 는 꼭 시청해보시길 권합니다. 소렌티노가 갑자기 걸작들을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영미권 영화를 유럽권 영화보다 훨씬 더 시청을 많이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큰 이유는 우리가 미국식 교육이
주된 교육이었기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누가 아랍 영화를 보자고 하면 용기를 필요할 것입니다. 아랍 영화에도 명작이 많습니다.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소렌티노 감독이 유명세를 가지게 되면서 그의 최근작들을 위주로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최고의 감각은
2000년에서 2013년까지 감각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이 때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영화 내내
떠나질 않습니다. 이런 건 학창 시절 내내 국·영·수와 내신 관리만 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전 해외를 나가면 꼭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갤러리를 꼭 방문합니다.
거기 있는 작품들은 수도 없이 봤기 때문에 다시 작품을 보러 가는 경우보다 그 작품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기 위해서 입이다.
거길 가 보면 수많은 어린이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자신들의 선조였던 작가들의 그림들을 조막만 한 손으로 베껴 그리거나
그 그림을 보고 자신을 느낀 감정을 스케치북에 옮기는 그림을 그립니다. 이런 훈련이 평생에 걸쳐 있다 보니 문화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더 그레이트 뷰티' 또 그리워져서 다시 시청해야겠습니다. 아참 이 영화는 꼭 크레딧까지 다 봐야 합니다.
쿠키 영상이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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