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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

MBTI 문화에 찬물을 끼얹고 싶다.

by 쁘띠감독 202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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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e Gould Business Insider

 

요즘 10~40대 후반 사이에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상대방의 MBTI를 묻고 또 나의 MBTI를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에 대해 알려주는 명함의 역할처럼 활용됩니다.

어떨 땐 스몰토크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어쩔 땐 대화를 이어 나갈 의향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미숙한 행동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MBTI는 칼 융의 성격 유형론을 토대로 이사벨 마이어스와 캐서린 브릭스가 개발한 성격 유형 검사입니다. 

MBTI는 1990년대 초반에 한국에 도입되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제대로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최근 몇 년이라면 두루뭉술한 표현이라 정확하게 말하자면, 2019년 12월부터 언급이 되다가 2020년 여름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급격한 수치로 언급되기 시작합니다.

그 당시 놀면 뭐하니의 파급력은 10대에서 40대에게까지 막강하였습니다.

MBTI는 앞에서 언급했던 개발자 2명의 이름을 넣은 약자입니다.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하는 검사입니다.

유수의 심리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은 MBTI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검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검사이며, 실제로 많은 비판과 반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어떤 자신감인지 MBTI 궁합을 따지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MBTI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합니다.

2. 사람들은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고 연결하려는 의지가 있는데 그때 쓰이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3. 상대방의 성격 유형을 알면 그에 맞춰 대화하거나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 형성이나 유지에 도움 된다고 믿습니다.

4. 자신의 성격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됩니다.

5. 우열이 없는 성격 유형론입니다. 혈액형이나 별자리와 달리 어떤 유형도 높거나 낮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평가가 없습니다.

6. 각 유형은 자신만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7. 내가 선택하는 내 유형입니다. 혈액형, 별자리처럼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과 성격을 테스트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8. 자신을 돌아보고 인식하는 기회가 주어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인증하는 즐거움을 받습니다.

9. 한국인의 큰 토대를 이루는 성리학과 비슷합니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성리학에 영향을 받아서 사람들을 분류하고 구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주팔자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의 문화적 취향과도 잘 맞습니다.

10. 대화 소재로 쓰이기 좋습니다.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의 성격과 호불호를 이야기하며 친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 관련 콘텐츠나 굿즈가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MBTI 이전에 한국을 강타한 성격유형 검사는 혈액형별 성격유형이었습니다. 

이 검사는 20세기 초에 가를 란트슈타이너가 ABO 식 혈액형을 발견한 이후에 독일과 폴란드의 과학자들이 우생학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연구는 인종차별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바넘 효과라는 인지 편향으로 인해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가는 신빙성 없는 검사였는데 일본에서 이 이론을 넙죽 받아 버립니다.

일본은 1900년대 초반부터 우생학적 연구에 관심이 많았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을 겁니다.

다케지 후루카와라는 사람이 혈액형별 성격론을 개인의 경험과 관찰의 기반으로 쓴 책을 출간하였고 그 이후 1970년대에 노미 마사히코라는 저널리스트가 쓴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중화되었습니다.

한국은 이런 일본의 유행을 이어받았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되어서 2000년대 초반까지 혈액형 성격론은 한국 사회에서 널리 퍼지고, 연애나 직업 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A형은 소심하고 세심하다고 하고 B형은 바람둥이 O형은 깨끗한 피 또는 성격 좋다고 말하고 AB형은 또라이라고 치부하였습니다.

다들 정상이 아닌 카오스의 시대였습니다.



그런 시대를 지나고 2019년 이후에 MBTI는 한국인의 무의식 세계로까지 뻗어있는 성리학과 찰떡궁합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인간의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론입니다. 

차이점은 성리학은 유교의 사상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MBTI는 심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또, 성리학은 천성과 천명을 중요시하고 사회적인 도리와 윤리를 강조합니다. 

MBTI는 인식과 판단의 선호도를 중요시하고 개인적인 특성과 적성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성리학의 천성과 천명이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천성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성을 의미하고 모든 사람의 천성이 선하다고 주장합니다.

천명은 하늘이 내린 명령이나 운명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성리학에서는 천명을 따르는 것이 도리에 부합한다고 합니다.



다시 MBTI의 신뢰도를 넘어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낮습니다.

신뢰도란 같은 검사를 반복했을 때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MBTI의 경우 검사 후 재검사할 때 다른 유형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인터넷 MBTI는 가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검사입니다. 

그런 검사는 최소한의 검사 비용이 존재하는데 여러분이 뭐가 이쁘다고 공짜로 해줄까요? 



조금 어려운 이야기도 곁들여서 해드리겠습니다.

검사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스피어만-브라운 계수가 MBTI 검사의 경우 0.42에서 0.72 정도로 측정되는데, 안정적으로 성격을 측정해 낼 수 있는 검사라면 이 값이 최소 0.8 이상이어야 합니다.

검사의 타당도도 높지 않습니다. 타당도란 검사가 측정하고 하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MBTI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네 가지 이분법(dichotomy)으로 구분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 외향(E) vs 내향(I), 감각(S) vs 직관(N), 사고(T) vs 감정(F), 판단(J) vs 인식(P)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은 심리학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사람들의 성격은 연속적인 특성(continuum)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한쪽 극단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위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외향과 내향 중간에 있는 중립형(ambivert) 일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가장 유효한 성격검사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은 물론 없습니다.

심리학에서 성격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심리검사의 정의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심리검사란 능력, 성격, 흥미, 태도 등과 같은 심리적 구성개념을 수량화하기 위해서 표준화된 측정 도구를 말합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신뢰도와 타당도는 심리검사에서 정말 중요한 수치입니다.



그럼, 이런 질문도 생길 수 있습니다.

MBTI보다 더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검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말이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정답은 물론 없지만 현재로선 아래와 같은 검사들이 있습니다.



1. Big Five Personality Test는 사람의 성격을 다섯 가지 차원으로 측정하는 테스트입니다. 다섯 가지 차원은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입니다.

MBTI와 달리 연구자들 간에 일관된 방법론과 용어를 사용하며, 심리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성격 이론입니다.

각 차원은 성격의 한 측면을 나타내며,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가 각각 다른 특징과 행동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에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이지만, 낮은 사람은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이 검사는 이분법적인 체계를 가지지 않고 연속적인 특성으로 성격을 측정합니다.

https://bigfive-test.com/test

https://www.truity.com/test/big-five-personality-test





2. MMPI라고 불리는 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검사입니다.

MMPI는 임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정상인들의 성격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로서, 10가지 임상 척도와 3가지 유효도 척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MMPI는 임상심리학에서 널리 사용되며,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Enneagram Personality Test : 인간의 성격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테스트입니다.

각 유형은 자신만의 동기부여와 공포감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유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려줍니다.

MBTI보다 더 깊이 있는 자기 이해와 타인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4. StrengthsFinder Test : 인간의 장점을 34가지 테마로 나누는 테스트입니다.

각 테마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잘 발휘할 수 있는 장점과 약점을 보여줍니다.

MBTI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볼 때 이분법적으로 보게 되면,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보입니다.

실제로 세상은 회색도 존재하고 무지개도 존재하는 곳입니다.

여러분의 색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보세요.

최소한 MBTI에선 여러분의 색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몇십 년 전에 여러분의 엄마 아빠가 혈액형 성격에 맹신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마세요.









 

The Big Five Personality Test

Explore your personality with the highly respected Five Factor model (AKA the Big Five). You'll see how you stack up on 5 major dimensions of personality: Openness, Conscientiousness, Agreeableness, Extraversion, and Neuroticism. The Big Five model of pers

www.truity.com

 

The test - Big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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